살면서 유용하게 쓰일 팁과 어떤 것이든 추천하고 싶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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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5 (12:52:56)
한나라는 의외로 신분의 유동성이 컷습니다.
유방이 창업한 전한은 창업자 자신이 조상의 계보도 알 수 없는 바닥이었고 개국공신 가운데 명문자제가 극도의 소수였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가 더 강했습니다. 계급의 유동성이 정지상태에 들어가는 것은 위진시대이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대 사회구조를 귀족사회라고 부르죠. 호족과 귀족은 한끗 차이지만 지방유지도 힘을 쓸 수 있을 때와 중앙정계의 관료가 힘을 쓸 때의 사회 분위기는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중앙정계가 지방에 대한 통치력을 점차 상실한 후한 후기부터 고향에 뿌리를 두고 정계에 입문한 명문족벌은 점차 세대를 거치면서 효렴을 통해 대대로 고위관직을 과점합니다. 하내의 사마씨, 영천의 순씨, 여남의 원씨가 대표적인 명문귀족이었고, 채씨, 양씨, 왕씨, 주씨등도 후한을 대표하는 고위층이었습니다. 이들은 서로간의 정략결혼으로 견고한 혈연을 만들어 갑니다. 동시에 지방에서는 난을 계기로 해서 평민이 군공을 올려 관직을 얻거나 그 지방에서 중앙정부에 협조한 유지들이 지방의 관직도 차지하면서 점차 호족들의 정계진출이 가시화됩니다.(예를 들면 태수나 현령은 십상시들이 농간을 부릴 수 있지만, 현지에서의 실무자는 현지인을 발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적이 쌓이다보면 중앙관료의 추천등으로 지방직이라도 이전과는 달리 현령에 부임하는 것이죠. 또 부임한 인물들에 따라서 이 지방세력과 결탁해 가신화시키는 방식으로 파벌을 형성합니다. 동탁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원술과 유요는 명문귀족과 황실의 번외혈손이라는 출신성분의 차이가 있었으나 시대가 할거양상을 보이는 192년 이후에 대치했기 때문에 차츰 분열되는 국내에서 지방세력과 민중의 힘을 얻어야 하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원술은 어디까지나 귀족적으로 대처했고, 유요는 명성에 기대어 사람을 부리려 합니다. 유요는 그럴만한 배경이 있었습니다.
유요의 형은 반동탁연합의 일원으로 알려진 연주자사 유대입니다. 또한 그의 큰아버지 유총은 후한시대 인사명령서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인물로, 치정에 매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유총은 회계에 태수로 부임해 공정한 세수로 선정을 펼쳤고, 중앙에서는 광록대부를 역임해 지방감찰에도 실적이 있었으며 이런 경륜을 바탕으로 경(卿)의 자리에만 8번, 공(公)의 자리에는 4번이나 앉습니다. 사세삼공 원가의 경력을 혼자서 맞상대할 수 있을만큼의 정계 최고의 인물이었던 겁니다. 후광이 이정도이다 보니 양주로 쫓겨온 뒤에 자사를 죽이고 무도하게 구는 원술을 제어하기 위해, 조정은 회계의 선정으로 이름났던 유총의 집안사람인 유요를 자사로 지목한 것입니다.
19세에는 도적에게 잡혀간 아비를 단신으로 찾아가 모셔올만큼 담이 대단한 이였으나 본디 신중한 성격이었을 유요는 발령은 받지만 장강 앞에서 머뭇거리다 건너갑니다. 유요에게 장강은 루비콘 강이었던 듯 합니다.
유요가 강을 건널 당시까지 원술 쪽의 상황은 의외로 순순했습니다. 일단 화북의 가장 끝까지 쫓긴 몸이었으나 자사를 죽여 그 군사를 얻은 뒤에는 딱히 주변에 그를 방해할 세력이 없었습니다. 구강군 일대가 정리되자 손견의 군사와 인맥을 이용해 손분(손견사후 이 사람이 손견의 군사를 관리합니다.)과 오경을 장강 건너 단양군으로 보내 세력확장을 시도합니다. 또한 손책이 돌아오자 그를 시켜 여강군을 공격해 육강을 죽입니다. 유요가 강을 건너 건 이때쯤입니다. 연대로는 193년 겨울~194년 봄으로 추정됩니다.
당시에 단양태수는 원술이 임명한 오경이었고, 손분은 도위로 군사를 총괄했습니다. 이 두사람은 조정의 명으로 온 유요를 마중합니다. 그런데 유요가 이 두사람을 공격하여 내칩니다. 정확한 경위가 없기 때문에 순전히 상상해봐야 하는데, 기록은 "유요가 강을 건너오자 오경과 손분이 영접하여 곡아에 있게 했다." "유요는 번능과 우미에게 장강가에서 원술과 대항하도록 하고, 오경과 손분이 원술로부터 관직을 받았기에 강제로 쫓아냈다."가 전부입니다.
유요의 사고방식이 기존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전제한다면, 영접한 사실에서 오경과 손분이 원술에게서 직접 다스림을 받는 것을 원치않는다는 것을 간과하고 원술의 사람이라 보고 이 둘을 내쳤다고 가정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경과 손분을 신뢰할 수가 없었던거죠. 덕분에 두사람은 다시 원술에게 돌아가고, 역양에 주둔해 번능과 우미를 상대하면서 지리한 대치를 이어갑니다. 그리고 이를 기회로 손책이 원술에게 군사를 빌려 강동출진을 결정합니다.
손책은 아비 손견이 전국적으로 매우 유명한 장군이었으나 실제로 가지고 있던 물리적인 힘이 미미했습니다. 그가 원술에게서 받아간 군사는 천명남짓이었고, 장수들만이 말을 탔습니다. 그냥 허락만 받고 나온 셈입니다. 그런데 손책이 강동으로 출진한다는 이야기가 퍼지자 장강과 회수일대의 사람들이 우걱우걱 몰려옵니다. 역양에 도착했을 때 셈한 숫자가 6,7천명이었다니까 5배나 불어버린 셈입니다. 손책이 가진 힘이 바로 이것입니다.
손견은 오군의 평민출신이나 군공을 통해 제후의 자리까지 올랐었습니다. 이 명성이 아들 손책에게 배경이 되어준 것입니다. 그러니까 손책이 가진 최대무기는 민중의 지지였다는 것입니다. 오만한 원술이 민중을 착취의 대상으로 본 것과, 유요가 측근을 얻어 세력을 형성한 것과는 큰 차이입니다. 그리고 이 막강한 무기가 그의 군사적 재능과 결합하면서 초단기간의 지역제패가 일어납니다. 강동의 호랑이가 아들대에 이르러서 패왕으로 거듭나려던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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